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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명일동에서 만난 벚꽃 (feat.사회적 거리 두기)

하루를 살아가는

by emje 2020. 4. 9.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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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계절의 묘미
계절이 변화하는 시기는 언제나 조금씩 설렌다. 여름에서 가을이 될 때는 조금씩 습한 공기가 사라지고 하늘은 높아진다. 반팔을 긴팔로 바꿔 입고 장롱 속 깊은 곳에 넣어놨던 외투를 꺼낸다. 옷은 무거워지지만 마음은 가벼워진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기다리면서.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겨울에서 봄이 되는 시기에는 신기하게도 새 학기가 생각난다.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싶지만. 새로운 학년은 어떨지, 반 선생님과 친구들은 누구일지. 새로 받은 교과서를 빨리 쓰고 싶고, 새로 산 가방도 빨리 메고 싶었던 그때.

 

앗 이건 목련이네!

 

 

2. 유독 봄이 오는 소리가 크다.
벚꽃 연금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매년 오는 봄이지만. 계절 중 봄은 유난히 사람들에게 더 예쁨을 받는 듯하다. 사람들은 참 신기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 벚꽃이 피고 만개하고 지는 모습에 흠뻑 빠져 매일 같이 사진을 찍는 나를 발견했다.

 

 

 

3.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니까요.
코로나 19에 의해 벚꽃으로 유명한 지역들은 폐쇄되고 (aka. 잠실 석촌호수) 남산이나 여의도로 벚꽃을 보러 가기 힘든 요즘. 동네에서라도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찾아 벚꽃을 보고 싶었다.

 

 

 

 

4. 벚꽃 축제가 열리던 아파트,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아파트!

다섯 살 때 이사 와서 오래오래 살았던 삼익그린은 매년 거주민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벚꽃 축제를 개최하기도, 안 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축제 이후의 쓰레기 문제 등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면서 축제의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봄이 되고 벚꽃이 피면, 아파트를 둘러쌌던 묘하게 흥분된 분위기가 생각난다. 축제 전날이면 등불이 달렸고, 거주민들은 부지런히 산책을 했다. 축제 날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노점들이 차려지고 사람들이 많아졌다.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모여 닭꼬치도 사 먹고, 회오리 감자도 사 먹고, 솜사탕도 사 먹고... 다채롭게 먹으며 즐거워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5. 한적한 낮, 조카와 산책

낮에는 조카와 엄마와 마스크로 무장을 하고 산책을 나갔다. 조카에게 벚꽃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명하려고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5살에게 미끄럼틀과 그네만큼 어여쁜 것은 없겠지. 조카가 노는 동안 놀이터에 앉아있어도 좋았다. 벚꽃이 만개해서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려 모래 위로 떨어졌다. 벚꽃을 잡아보자고 조카에게 말했다. 여름 동안 모기 잡기 놀이를 강도 높게 훈련한 조카는 손에 쥐어지는 것이 없어도 잡았다를 외쳤다.

 

 

 

6. 늦은 밤에도 낭만적인 한 그루의 벚꽃 나무

코로나 19에 의해 일시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약 한 달 동안을 집에만 박혀 있었다. 근무 시간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터라 해가 떠 있는 동안 집 밖을 나서기 어려웠다. 아무리 집을 좋아하고, 할 일이 많다 할지라도 답답함을 해소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뤄왔던 달리기를 시작했다. 런데이 어플을 깔고 런저씨가 가르쳐주는 대로 1분 뛰고 2분 걷고, 2분 뛰고 2분 걷고, 2분 30초 뛰고 2분 걷고를 반복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달리기의 장점은 동네의 숨겨진 풍경을 찾아주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친구와 함께 하교하면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서 동네를 뱅뱅 돌았는데, 어른이 되니 그럴 힘도 여유도 없더라. 출근하고 퇴근하기도 바빠 어떻게든 걸음 수를 줄여보려는 하루가 일상이었다.

 

그런데 달리기를 시작하니 달라졌다. 뛸수록 에너지가 생기고, 일반 걸음보다 훨씬 빠르니 좀 더 멀리 갈 수 있게 되었다. 매일 보는 지하철역과 집 사이의 거리가 아닌 약간은 생경한 풍경들을 만나게 되었다. 숨을 몰아 쉬며 혼자 달리는 시간은 소중하다. 핸드폰을 보며 지나쳤을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도 눈여겨본다. 그런 찰나의 관찰이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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