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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bar_anthropologie 독후감!)

책을 읽고

by emje 2023. 1. 2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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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이 그토록 좋아한다는 찰스 디킨스의 작품!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는데 독서 모임을 계기로 완독하게 되어서 기쁘다. 분량도 많고 (민음사는 두 권으로 나눠져 있어서 압박감이 더 컸다...) 초반부에는 갈피를 잡기 어려워서 강제성이 없었더라면 다 못 읽었을 것 같다. 다 읽고 나니 묘하게 영국의 흐릿한 날씨와 음울한 분위기가 참 잘 표현되었단 생각이 든다.

 

반전이 시작되면서 집중도가 확 올라갔는데... 제목부터가 '유산'이기도 하고 초반~중반에 부유한 부인에게 간택 받은 구성으로, 뻔한 인물 관계와 함께 이야기를 쌓아 올려놓아서 작가가 의도한대로 나도 묘하게 이렇겠지~하고 믿고 있던 것이 단박에 깨졌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말이야, 핍. 뭐든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지. 무조건 증거가 뒷받침되어야 해. 그게 최상의 법칙이지."

 

반전의 반전이 이어지면서 묘하게 아침드라마 같다는 느낌이 지금에서는 들기도 하지만, 한참 읽을 때는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조금씩 언급되었던 것들이 맞물리는 것을 보면서 디킨스에 대한 찬사가 여기서 오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구성에 의해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줬던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가 생각났다. 명작은 국가를 가리지않는 걸까...

 

 

배경이 되는 공간과 인간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도 재미있다. 그리고 결국 이 모든 공간과 관계는 연결된다.
다만 관계는 절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놀라울 정도로 다채로운 모습을 취한다. 

#1 대장장이의 오두막, 조

#2 습지, 프로비스와 콤피슨 그리고 올릭

#3 미스 헤비셤의 집, 미스 헤비셤과 에스텔러

#4 런던, 재거스씨와 웨믹 그리고 허버트

 

어린 시절 가장 친밀한 관계였던 조는, 신사가 아니었기에 핍은 그를 부끄러워했으나 조는 병든 핍을 보살피고 빚을 구제해줬고,
그를 구원하는 것 같았으며 에스텔라를 사랑하라고 강권하던 미스 헤비셤은 핍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 연필로 내 이름 밑에다 '그녀를 용서한다'고 써주렴."

습지에서 어린 핍을 협박하던 프로비스는 결국 핍을 신사로 만들기 위해 희생했고, 또 그는 에스텔러의 친부였고
프로비스와 다투던 죄수 콤피슨은 헤비셤의 인생을 망친 이복 동생이었다.
"무엇보다 기쁜 일은, 내 위로 먹구름이 드리운 이후로 네가 나를 더 편하게 대해주었다는 거야. 햇빛 속에 있을 때보다 더. 그게 무엇보다도 기쁘단다."

 

결국은 '선함'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해설에 보면 시대적으로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 발전이 절정에 달하면서 물질적인 부를 축적한 중산계급이 사회적으로 부상하며 '신사'라는 개념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때라고 하는데... 결국 물질적인 부도, 신사가 갖췄어야 하는 지식도 교양도, 신분도 겉모습도 삶의 상황 속에서는 소용 없고 (ex. 부자인 미스 헤비셤의 몰락, 아름다운 에스텔러의 어려움...) 선한 마음에서 우러난 진실된 선행이 작게는 행운을, 크게는 행복을 가져다 준 것 같다.

 

너무나도 무서웠지만 배고픈 죄수를 안쓰러이 여겼던 핍과
핍이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할 때 최선을 다해 도와준 조.
우정을 지켰던 허버트와 도움을 주고자 했던 웨믹 등.
사람에 대한 선의가 가장 크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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